염불인의 메아리
 

잠자리귀에 염불하기

紫庵 2012.02.15 조회 수 5604 추천 수 0

잠자리귀에 염불하기

 

찬서리가 내린다는 霜降이 여니례 앞이다. 아무리 잔서(殘暑)가 용을 쓴들 계절의 서차(序次)만은 어김이 없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날로 더해 간다.

 

“ 어? 오늘도 안 왔네.”

며칠 동안 계속 나타나지를 않는다.

 

“이제 떠났는가?”

 

會者定離라고 말씀하셨는데 서운하기도 하고, 떠났으면 잘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냘픈 잠자리 하나가 내 마음을 이렇게 잡아 단기고 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한 보름쯤 전이다. 나는 식전이면 「구름과자」를 즐기려 복도 끝 계단 옆의 창가로 나간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올 때는 창밖 저 아래에 보이던 리기다소나무가 이제 3층에 선 내 눈높이까지 올라와 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면 늙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더니 그 소나무를 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날도 무심코 눈길이 紫煙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른 소나무가지 끝에 앉아 있는 잠자리에 닿았다. 날개 끝이 까만 것이 고추잠자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크기로 보아서는 긴 것 같기도 했다. 그를 보면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너는 왜 잠자리이고 나는 왜 사람인가?”

 

업, 인과응보, 육도윤회라는 낱말들이 떠올랐으나 그와 나 사이를 잇을 만한 것은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거기에 부처님이 계셨다! 그리고 우리를 인도해 주셨다.

 

그에게는 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내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너의 삶도 날씨가 차지면 끝날 텐데,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불법을 만나 열심히 공부하여 왕생극락토록 해라.”

 

“나무아미타불”염불 12념.

 

왜 12념이냐고? 「미타인행 사십팔원」가운데 “십염왕생원”이 있는데 그렇다고 꼭 10번만 염불한다는 것은 얌체 같아서 나는 언제나 열 번은 넘게 염불한다. 어느 날은 그가 먼저 와있고 어느 날은 내가 먼저 나가 있기도 했으나 어떻든 그와 나는 매일아침 만났고 나는 그렇게 염원하고 염불했다.

 

牛耳讀經이란 말도 있는데 네가 뭐라고 잠자리에게까지,,,,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이독경의 사전적인 풀이를 거부한다. 우이독경이라도 안하면 소는 언제 축생의 굴레를 벗을 것인가? 또 있다. 「불설 천수천안관세음보살 광대원만 무애대비심 다라니경」에서 관세음보살께서는 “이 다라니를 수지 독송하는 이를 스쳐간 바람이 뒤에 오는 이들에게 닿으면 그들의 업장이 다 소멸되고 다시는 삼악도의 보를 받지 않는다”고 다짐하셨다.

 

“그러면 네가 그 잠자리를 만나기전에 다라니를 독송하고 갔냐?”

 

“...............”

 

그렇게 인연을 맺은 그 잠자리가 며칠 동안 계속 나타나지를 않는다.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나바페 사바하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나바페 사바하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나바페 사바하

퍼온글:불교호스피스연합 카페>자유계시판( 06.10.17 )

 

                                                                              * * * * *

 

 

속(續) 잠자리 귀에 염불하기

 

시절의 운행에 어김이 없어서 그리도 기승을 떨던 더위도 이제 한풀 꺾였다. 예의 창가에서 잠자리 귀에 염불하기도 이제 3년째가 된다.

 

그 마른 소나무가지가 아주 잠자리들의 쉼터가 되었는지 늦여름부터는 잠자리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나는 그전처럼 매일 몇 번씩은 그 계단 창가로 나가는데 거의 갈 때마다 자마자리를 만난다.

 

 

저지난해와 지난해에 떠나보냈던 그 잠자리의 자손들인가? 각기 크기도 다르고, 색도 조금 씩 다르고, 날개 끝에 무늬가 있는 애도 있고 없는 애도 있고........

 

나는 그들을 만날 때 마다 전에 했던 것처럼 열 번은 넘게 『나무아미타불』염불을 한다. 지난해까지의 축원 중에서“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라는 부분이 아무래도 나의 작디작은 염불공덕으로는 너무 과한 것 같아서, 올에는“다음 세상에는 좀 더 나은 몸을 받고 태어나서 더욱 향상하여 종래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서”라고 바꾸었다.

 

선지식을 한번 뵙기만 해도 중생들은 몇 겁을 두고 쌓은 업을 덜어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의 몸과 마음은 다 찢어지고 때 묻은 종이쪽과 같아서 나의 기원이 잠자리들의 앞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염불을 안 해준 것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나는 순도가 형편없고 가늘디가는 도체이지만 불도체(佛導體)임을 자처하고 있다. 대자대비하옵신 부처님의 가피력이 조금이나마 통해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 순도와 굵기가 아주 높고 커서 전도량(傳導量)이 매우 큰 불도체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고 다짐이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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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불교호스피스연합카페>자유계시판(2008.09.06)

1개의 댓글

Profile
오유지족
2012.03.11
저도 불교 호스피스 카페에 발은 들여 놓고 있는데 정토마을과의 인연 외에는 활동을 많이 안하고 있네요. ^^

잠자리를 향한 법우님의 염불 발심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독교 기반) 건축 봉사 해비타드 활동을 할 때 집터 주변을 정비하면서
허리 높이의 수풀에 조그만 새의 집이 발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주관했던 분이 그리 마음의 별 갈등없이 베어 버리는 걸 보고
스님이나 법우님들이셨다면 살리는 방법부터 고민하셨을텐데.. 싶었습니다.
생명관이 참 다르다 싶었지요.

잠자리 부처님께 함께 염불하겠습니다. 보천 합장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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