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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法門

물음과 들음
물으니 비로소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출가하십니까?

오늘도 출가(出家)하십니까?

 

 

불자(佛子)의 신행(信行)에 있어서 출가(出家)’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불자(佛子)라고 치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그리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작금(昨今)의 현실인 듯싶습니다. 이에 본 지면을 통해 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보통 출가라고 하면, 스님이라는 특정 신분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출가를 하게 되면,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이처럼 겉모습이나 생활환경이 달라지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출가가 단순히 새로운 신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출가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없습니다.

 

출가(出家)……. 글자 그대로 집[]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자에게 있어서 집[]에서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출가의 목적이 새로운 신분과 환경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집[]을 버리고, 새로운 집[]을 얻는 것밖에 안됩니다. 단순히 정든 가족을 떠나 어떤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것이 출가라면, 이는 출가(出家)라기보다 어쩌면 가출(家出)’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지도 모릅니다.


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말할 때, 여기서 말하는 집[]은 단순히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공동체와 그 주거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생명을 성취하려는 수행자에게 있어서 집[]이란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의 의미를 갖습니다. , ‘라고 규정지어진 모든 것입니다. 수행의 시작은 바로 이러한 테두리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수행자는 당연히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집[]에서 항상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라고 하는 테두리를 부정하는 사람은 삭발을 하고 안하고에 관계없이 모두 출가자인 것입니다.

 

여기에 출가의 당위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거주하던 집과 정든 가족을 떠난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상대유한의 는 참으로 믿을 바가 되지 못한다는 자각에 따라, ‘를 규정하고 있는 고정화된 관념과 습관의 울타리를 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자신답게 드러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삶의 지향을 가진 자라면 당연히 출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절에 다닌다는 사람들 중에 간혹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생()에서는 출가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이렇게 살고, 다음 생에서나 출가해야 지

이러한 말은 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에 하는 말입니다.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삭발염의(削髮染衣)의 유무를 놓고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내세울 바가 없음을 알고 를 포기하는 것, 이것이 출가(出家)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따라서 출가는 곧 나무(南無)’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나무(南無)!”하는 사람이 바로 출가인(出家人)인 것입니다.

 

출가는 결코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수행자에게 있어서 출가는 삶을 향한 기본 조건입니다. 따라서 출가는 한번으로 끝나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생동안 쉼 없는 진행형입니다.

출가함에 있어서 결코 때와 장소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어느 때이건, 어느 곳에서건, 항상 몸으로, 입으로, 뜻으로 나무(南無)’를 하는 사람, 그가 바로 출가인(出家人)입니다.

그렇다면, 법우께서는 오늘도 출가(出家)하십니까?

 

정리_범정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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